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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대만에 추월당할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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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owine
조회 1,380회 작성일 23-04-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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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대만에 추월당할까 (4)

1850-1927년, 서천출신 조선말 개혁운동가인 월남 이상재 선생께서 "우리 조선 사람은 매사에 유시유종이 썩 드무오" 라는 말을 하셨다. 유시유종은 유종지미 같이 뭔가 일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그런것을 말한다.

다른 산업은 모르겠고 반도체 설계업인 팹리스에서는 이런 말씀이 절실하게 공감된다. 뭔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거창하게 이런저런 세계적인 칩을 개발 하겠다고 당시로서는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만 결국 조용히 사라진 회사가 이십년 동안 몇개 있다.

이런 일들은 왜 발생하는가? 반도체 설계업은 참 어려운 일이다. 통상 국책과제는 시제품 제작까지 지원하는데 팹리스 회사에서는 시제품 제작은 프로젝트의 완성이 아니고 제품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된다는 의미다. 그 어려운 설계를 하고 고생을 해서 시작품 혹은 시제품, VIP, POC 같은 의미로 사용 되는데 그때부터 아 개발을 하면 되겠군 하는 의미다. 실제 연구개발 비용투입과 마케팅은 시제품 개발성공 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이런 특징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게 빨리빨리, 마른수건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있는 군대문화에서 근원한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게 동작이 직관적이고, 혼자서 여러개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응용이 빠른 산업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팹리스 산업은 머리가 좋은게 독이 된다. S대 황모 교수가 우리나라는 창의력이 없어서 시스템반도체가 안 된다고 말하던데 사실은 그 반대다. 창의력이 너무 좋고 똑똑해서 안되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는 산업의 연관관계가 엄청나게 종류도 많고 넓고 크다. AI 반도체 예를 들어보면 이게 단순히 NPU 설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ISP, PCIe, DRAM PHY 같은 IP 는 기본으로 탑재하고 ARM 같은 CPU에 리눅스 같은 OS가 탑재된다. 그 위에 CPU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AXI BUS 에 NPU 를 연결한다. 이게 하드웨어 구성의 기본이다.

Pytorch, Tensorflow 같은 AI 플랫폼에 ONNX, ONNX-MLIR, TVM 같은 하이레벨 컴파일러를 설계하고 gcc에서 바이너리 코드를 만들어 낸다.

이런 칩들의 사이즈가 상당해서 합성 이후에 백엔드, 프론트엔드 작업이 꽤 많다. 칩 사이즈가 미세공정으로 가게되면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런 칩의 시제품을 개발하면 비로소 연구개발을 시작해도 된다는 의미다.

통상 국내 국책과제는 이런 시제품 동작을 연구개발의 완성으로 보고 완료보고서 등등을 만들고 끝내게 된다. 팹리스 입장에서 보면 유시유종이 안되는 것이다.

담당 사무관, 서기관과 과장이 팹리스 용어를 이해할 때쯤 되면 바뀐다. 과제를 기획하고 완료할 때 쯤이면 담당과장이 세네번은 바뀌어 있다. 매번 예산 담당이 바뀔때마다 기관별로 보고서를 만들고, 대표들 불러다 소통하고, 간담회 개최, 국회보고, 성과보고, 기획 등등을 한다. 이게 정책을 만드는 것인지 정책놀이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무슨 팹리스 정책을 십년쯤 가게 하려면 전문 팹리스 단체가 주관이 되야 하지 않을까? 일년도 안되서 혹은 1-2년 마다 바뀌는 담당 과장과 무슨 정책협의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시작을 하면 끝을 보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다. 2년 전에 시작한 시제품도 아닌 반도체 IP 개발을 하는 과제를 마치니 평가장에 들어오신 교수님 한분이 매출이 없다고 사업들이 방만하게 운영된다고 과제 전반에 문제가 많다고 야단을 치신다. 교수님 그게 2년 만에 나올 수 있으면 교수님이 사업을 하세요. 우리 같이 매출 만드는 능력 안되는 사장들보다 똑똑하신 교수님 께서 창업도 하시고 사업을 하셔야죠. 이런 말이 평가장에서 목구멍까지 치밀었으나 잘 참았다. 내가 앞뒤 구분은 하는 스타일이다.

연목구어,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 이런 말이 왜 나왔겠냐고. 팹리스 산업은 10년짜리 장기적인 지원책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 산업일까? 그렇지 않아도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팹리스 업계 대표들을 보면 안스럽다.

내가 입학하던 1986년 경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전자공학과를 입학했고 그중에 야심만만하고 출중한 사람들이 반도체 설계업에 뛰어 들었다. 나빼고 ... 팹리스 사업하겠다고 천명은 뛰어든것 같은데 20년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몇분 남아 있지 않다. 이걸 왜 시작했을까.

그나마 유지하고 살아남아 있는것에 감사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따라 항상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게 기독교 인으로서 사업을 하며 살아남은 비결인지.

세계적인 패권을 차지했던 선진국들을 보면 그 공통점이 일관성이 있다. 로마나 그리스, 이집트, 인도 같은 고대 문명뿐 아니라 근 현대를 막론하고 스페인, 네델란드, 영국, 포루투갈은 근대 국가고 최근 유럽과 미국, 대만, 중국 인도계 등의 과학기술 정책을 보면 일이년 하다 말고 이런게 없다. 연관 관계를 쌓고 뚝심을 갖고 수십년을 밀어 붙여야 TSMC, 미디어텍 같은게 나오는 것이다.

그런거 안되면 선진국 안된다. 그냥 부동산, 아파트값 오르는 거에 목숨 걸다 출산율 0.78로 일본 같이 망하는거다. 그나마 일본 출산율은 1.2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빨리 국가적으로 자살 당하는 나라가 동방에 있으니 그게 대한민국인가. 사람을 낳고 교육시키고, 키우고, 기업을 성장 시키고 지키는게 우수워 보이나?

1-2년새 코인, 아파트, 부동산으로 수십억을 벌고, 몇달 이면 테마주로 한탕 해서 나가는 분들이 존경을 받는 나라에서 눅진하게 사람 데려다가 연구개발하고 제품 만드는게 되겠냐고. 유시유종이 될리가 있을까?

사랑과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