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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좌담회] ② “단기적인 대응만으론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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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owine
조회 1,844회 작성일 21-06-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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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 반도체 좌담회] ② “단기적인 대응만으론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위기 초래” 

뚜렷한 성과는 없었던 정부 정책

[테크월드뉴스=서유덕, 이재민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비교적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의 3배에 가까운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25년 그 시장 규모가 3389억 달러를 기록하고, 2019년(2269억 달러)부터 연평균 7.6% 성장이 예상된다.

테크월드와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는 5월 7일 ‘2021 시스템 반도체 좌담회’를 공동 개최해 산·학계 인사들과 함께 시스템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노력, 정부 지원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좌장에는 박영준 서울대학교 연구교수가 자리했으며, ▲이종호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한태희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황선욱 Arm코리아 지사장이 좌담회에 참석했다. 시스템 반도체 좌담회 기사는 총 4편으로 나눠 연재된다.

 

[시스템 반도체 좌담회]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으로, 반도체 강국 2.0의 길을 논하다 (1)

황선욱 지사장= 정부는 반도체의 중요성을 과거부터 계속 인식하고, 여러 조직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뭘 했는가’, ‘어떤 결과를 냈나’란 점에선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정부와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을 떠올려 ‘뭘 했는가’를 되돌아보면, 기업과 학교가 ‘원하는 것’을 지원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AI가 업계의 주요 화두다 보니 모든 지원이 AI에 몰린다. 정부가 연구와 산업화의 두 방향으로 골고루 지원해야 하는데, 학계에 조금이라도 더 논리를 가진 분이 사업을 이끌면 산업계는 연구활동에 묻힌다. 그 결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성과가 없다.

Arm은 IoT, 모바일, 오토모티브, 네트워크에 이르는 분야에서 전 세계 기업과 협업한다. 그러나, 국내엔 데이터 센터나 인프라 같은 복잡다변화한 설계를 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협업이 미미하다. 플랫폼이 없으면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국내 성과라고 볼 수 있는데, 엑시노스가 더 성장하면 많은 국내 인재가 삼성전자에 몰려들겠지만, 퇴보하면 이들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전체 정책을 정리하고 조절하는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같은 형태의 투자가 계속 이어지면 그냥 그 돈을 받아먹는 사람만 존재할 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계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황선욱 Arm 코리아 지사장황선욱 Arm 코리아 지사장

한태희 교수= 비판도 좋지만,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산·학 입장에서 정부 정책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맞겠으나, 정부의 지원 덕분에 우리나라의 GDP 규모 대비 글로벌 반도체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정부가 잘한 것을 발굴해 유지·발전시키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세트 산업의 경쟁력과 연결 지어 시스템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민에 전달해야 한다. 매출과 순이익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전체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와 칩이라는 핵심 역량 덕분이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최근에 몰락한 IT기업은 이들을 아웃소싱 했다. 또한, SK하이닉스 등이 집중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마진율이 떨어지지만, AP 칩셋 등 현 IT산업의 핵심 부품은 세트 업체와 함께 수익 전부를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부가가치 창출 방법을 핵심 부품에서 찾아야 된다.

박영준 좌장= 미국 정부의 어떤 정책 덕분에 애플 같은 회사가 나왔다고 보는가?

한태희 교수= 미국은 자본주의의 극단에 있는 나라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특정 정책과 큰 인과관계는 없다고 본다. 다만, 확실히 환경이 다르다. 미국의 지정학적 환경, 인재 양성·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1 대 1로 비교하긴 어렵다.

한태희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한태희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이종욱 연구원= 정부는 새로운 게 만들어질 때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상을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처음부터 많은 자본이 필요한 사업만 지원한다. 기업은 투자 자본 수익률(ROIC)을 따졌을 때 그 결과가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지만, 투자 후 불확실했던 ROIC가 해결되며 자연스레 밸류체인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 많은 자본 투입이 필요한 곳은 두 가지다. 하나는 ‘팹’이고 다른 하나는 ‘인력’이다.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해외 우수 인력을 국내로 들여올 때의 지원금, 국내 팹 설립 지원금 등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부문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

이효승 대표= 모 퇴직 관료께서 ‘10년 동안 시스템 반도체에 8000억 원 상당을 투자했는데 성과가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 점은, 중국은 1조 위안(170조 원) 규모를 투자하고도 예산을 추가 투입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ONNX 지원 인공지능 반도체 IP를 개발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건, 기술과 설비가 아닌 인건비 부족이다. 과거 반도체 개발비의 대부분이 장비, 서버, 도구 등 인프라에 사용됐다면, 최근엔 인건비가 전체 개발비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정책은 신규 인력 채용 중심이다. 시스템 반도체 인력 양성에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1~2년 지원가지고는 부족하다.

조명현 대표= 이 대표께서 시스템 반도체 회사가 국내에 존재하는 것 자체의 의미를 인상적으로 보셨는데, 국내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정부 정책의 결과다.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다만 한계가 있다면, 그 지원이 단순히 인프라의 유지 수준에 그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거나 기술을 개발하기엔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꾸준한 지원 덕분에 시스템 반도체의 인프라를 유지함으로써 최소한의 기반을 갖췄다면, 앞으로는 미비점을 보완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지금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순학 연구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정권 교체에 따라 바뀌는 정책은 아니어야 하기에, 상시 기구화가 필요하다. 큰 그림을 따라 오래 지속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이슈에 따라가기 바쁜, 단발적으로 쫓아가는 정책은 아니길 바란다.

이종호 교수= 미국은 세계의 인재를 끌어오고, 보다 합리적으로 적재적소에 과제를 배분한다. 반도체 연구 개발 컨소시엄(SRC)에서도 연구 배분을 하는데, 일종의 제안요청서(RFP)라는 것을 읽어보면 그 내용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의 과제 배분과는 달리, 어느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 없이 공정하다. 우리도 공정하면서 적재적소에 연구 과제 배분이 잘 이뤄지는 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 

또한, 최근 국제학회에 Co-optimization, Co-design 개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이 같은 글로벌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하나의 칩에 담는 패키지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에 맞는 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지원과 체계 마련에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 좌담회' 기사 구성]

① “시스템 반도체는 미래 산업 전체의 경쟁력 좌우”

② “단기적인 대응만으론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위기 초래”

③ “투자·인력 지원 대폭 늘고 체계적인 노력 뒷받침돼야”-1

④ “투자·인력 지원 대폭 늘고 체계적인 노력 뒷받침돼야”-2

 

사회, 영상 촬영: 김경한 기자 [email protected]
영상 촬영, 기사 작성: 서유덕 기자 [email protected]
내용 정리, 기사 작성: 이재민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촬영: 정은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