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IP·소프트웨어 개발 나선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AI는 미래 산업의 방향을 좌우할 기술로,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직결될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 AI 반도체 칩은 새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 뚜렷하며, 새 기술과 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IT 기업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해외와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지금, 국내 팹리스 기업들도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02부터 데이터 보안, 인증, 복제방지 주문형 반도체(ASIC)와 보안 솔루션을 개발·생산해 지금까지 20종의 반도체 제품 1억 2000만 개를 판매한 국내 팹리스 기업 ‘네오와인’은 4월부터 AI 반도체 IP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AI 반도체는 새 먹거리이자 경쟁력
이번에도 놓치면 외국 기업에 또 기술 종속

20년 전 네오와인을 설립한 이효승 대표는 복제방지 반도체를 개발해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국내에 6개와 중국·대만·일본 등 해외에 16개의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차량·드론·사물인터넷(IoT)용 보안 반도체도 공급하고 있다.

그런 네오와인과 이효승 대표가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든 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 반도체 관련 생태계는 ‘칩’ 중심으로 결집한다. 컴퓨터 생태계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인텔의 x86 CPU 아키텍처를 사용하면서 인텔 생태계에 종속됐다. 자체 운영체제 개발 시기를 놓치고 윈도우와 리눅스 운영체제(OS)를 사용했으며, x86과 윈도우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사용했다. 결국 CPU·GPU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은 뒤쳐졌다.

네오와인이 AI 반도체 기술의 ‘기초’부터 시작하려는 건 기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또 다시 해외 기업이 설계한 AI 반도체를 사용한다면 우리나라의 AI 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도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만약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우리 업계가 구글 ‘텐서플로우(TensorFlow)’나 엔비디아 ‘쿠다’ 등 외산 AI 언어 기술을 사용한다면, 국내의 AI 응용 기술과 자본·인력이 외국 기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네오와인은 AI 반도체를 뒷받침하는 SW 기술도 함께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AI 반도체 설계 자산(IP)과 운영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 중이다. 연구·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원하는 2021년 인공지능반도체 혁신기업 집중육성(R&D) 과제를 수주했다. 이효승 대표는 “칩 제작보다는 IP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팹리스 기업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공정 기술 개발에 대한 부담을 줄여 사업 타당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ONNX 플랫폼 고른 이유는 ‘호환성’
다윗(국내)이 골리앗(해외) 이길 수 있는 힘

네오와인은 AI 반도체 IP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오픈 뉴럴 네트워크 익스체인지(ONNX)’에 주목했다. ONNX를 지원하는 반도체를 선택한 건 그 ‘호환성’ 때문인데, ONNX가 글로벌 IT 대기업과의 자본·생태계 격차를 일정 부분 해소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 신경망(ANN)을 사용한 입력 데이터로부터 높은 수준의 특징을 추출하는 것이 ‘딥러닝’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언어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딥러닝 프로그램 언어 인터페이스를 갖춘 것을 ‘딥러닝 프레임워크’라고 부르는데, AI 모델은 이 딥러닝 프레임워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해 학습·테스트할 수 있다.

딥러닝 프레임워크의 종류는 많다. 앞서 언급한 텐서플로우와 쿠다 외 페이스북이 개발한 ‘파이토치(Pytorch)’,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가 개발한 ‘카페(Caffe)’도 널리 쓰인다. 본래 인공지능 처리를 할 때마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언어를 선정해 데이터 세트를 만들고 훈련해야 하는데,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 대기업은 독자적인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거나 매번 적합한 언어를 선정해 데이터 세트를 만든다. 이들 기업은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 자금은 물론 인력, 교육, 양산, 마케팅·판매 등 제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관련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시장 내 위치가 안정적이기도 하다. 반면 국내 중소 팹리스는 글로벌 대기업처럼 독자적인 언어 개발을 추진하거나 매번 언어를 변경하며 AI 반도체를 개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ONNX 로고
ONNX 로고

ONNX는 AI 협업 촉진 목적으로 학습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방하는, 기업과 연구 기관의 오픈 소스 AI 생태계이자 개방형 표준이다. 이는 20여 종류의 딥러닝 프레임워크에 대한 최적화를 간소화하고 호환 가능하도록 만들며 기기 간 호환까지 지원한다. ONNX를 사용하면 AI 처리를 할 때마다 적절한 언어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AI 반도체를 주문형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그룹은 카카오톡 내 사진·동영상 편집 기능에 활용되는 윤곽선 검출(Edge Detection)을, 현대자동차그룹은 차선 이탈과 전방 추돌을 방지하는 데 활용되는 객체 감지(Object Detection)를 처리하기 위한 AI 반도체 칩을 주문한다. 비슷한 기술을 처리한다고 해도, 고객사의 요구 사항에 따라 반도체 칩의 설계 방향은 달라지게 된다. 이때, 만약 ONNX 지원 반도체 IP를 보유하고 있다면 설계 변경 과정을 간소화 설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네오와인이 개발하는 반도체 IP는 ‘연산, 합성곱(convolution) 계산, 풀링(pooling) 계산’을 포함하는 ONNX의 오퍼레이터 30종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 팹리스는 반도체 산업의 뿌리
국내와 해외의 순수 기술 격차는 아직 적어

네오와인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개발 수준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에 대해 ‘엔비디아, 구글 따라갈 수 있겠나’ 같은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애초에 우리나라의 AI 반도체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반도체 설계 역량과 생태계 규모 면에서 국내와 해외 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기업이 초격차를 두고 앞선 상태는 아니다. 현재의 AI 반도체 격차는 설계 기술이 아닌, 자본과 산업 생태계, 공정 단계 기술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히 자본이 주요인이다. 이효승 대표는 “AI 반도체 설계 과정에서 그 성능을 결정짓는 것은 ‘메모리, 사이즈, 병렬 처리, 인터페이스’ 등 돈으로 결부되는 요소”라며, “자본력의 격차가 기술력과 기업 인지도를 가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투자와 지원 방향이 변해야 하며, 국내 AI 생태계가 양·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AI 반도체 설계 기술 자체보다도 자본·인력 지원과 파운드리 확보다. 우선 정부가 부족한 파운드리를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데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 특히 파운드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조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데, 억 단위의 예산을 긴 기간 동안 나눠 지원할 바엔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에 시행함으로써 파운드리가 제대로 갖춰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생태계의 다양성 확립도 중요한 과제다. 대기업만으로는 건강한 생태계가 이뤄질 수 없다. 대만의 TSMC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수많은 팹리스 파트너를 통해 검증된 IP·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다량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말인 즉, 소수의 대기업만으로 이뤄진 산업 구조가 아닌, 다수의 안정적인 중소 팹리스가 소프트웨어·설계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AI 칩을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이효승 대표는 “소수 거대 팹리스의 수주에 주력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약점”이라며, “다수의 소규모 팹리스가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함으로써 IP자산을 검증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최근 붉어진 발열·속도저하 등 문제가 자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승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3~6개월 호황만으로 3년 투자금을 회수한다”며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효승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3~6개월 호황만으로 3년 투자금을 회수한다”며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AI 반도체 개발 필요성 커
우리나라도 개발 역량과 장점 충분히 보유

최근 반도체 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전통의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회사(IDM)와 파운드리, 그리고 대·중·소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 설계를 위한 기술·인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취업준비생의 희망 직장은 바뀌는 추세다. 소위 ‘네카라쿠배당토직야’라고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 야놀자 같은 대기업이 개발자들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IT 서비스 기업에 취업하는 개발자가 늘었다. 이제 IT 서비스 분야를 비롯한 기업들은 자사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계하고자 하며, AI 반도체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의 수많은 기업이 AI 반도체를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팹리스가 AI 반도체 시장·기술 점유에 성공한다면 외국 의존을 줄이고 국내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대외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기술 선도의 장에도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와 제조가 적절하게 조합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소프트웨어 지향적이고 중국이 제조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분명한 이점이다.

AI 부문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장점이 발휘되는 단적인 예가 ‘PIM(Processing-in-Memory)’이다. 메모리에 연산 기능과 저장 능력을 결합한 PIM은 D램을 중심으로 발달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계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기술로 꼽힌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K-반도체 대규모 예타사업 본격 추진방안’에도 PIM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개발 과제가 2022년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네오와인의 AI 반도체 개발 관련, 이효승 대표는 “ONNX 지원 AI 반도체 IP 개발은 내년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안으로 부동소수점계산장치(FPU)에서 가감승제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하고, 내년에 ONNX가 정의하는 164개의 오퍼레이터 중 하드웨어 기반으로 14종,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16종을 지원하는 반도체를 구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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